이력서에 분명히 '신입'이라고 적었는데, 면접관은 자꾸 "관련 경력이 있느냐"고 묻는다. 요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흔히 나오는 하소연이다. 기업들이 AI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자리가 다름 아닌 '순수 신입'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채용 시장의 지형이 통계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어, 오늘은 그 숫자들을 짚어본다.
숫자로 확인된 '신입 실종' 현상
이데일리와 인크루트가 지난 6월 23~26일 기업 20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31.3%가 도입 이후 채용 규모를 일부 또는 대폭 줄였다고 답했다. 반대로 채용을 늘렸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채용을 줄인 기업의 60.0%가 가장 먼저 손댄 직급으로 '인턴·신입사원'을 꼽았다는 점이다. 사원·대리급은 27.5%, 과장급 이상은 12.5%에 불과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그동안 신입이 맡아온 '실무 워밍업' 구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000명으로, 코로나19 초기인 202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였다.
네이버는 늘리고 카카오는 줄이고…엇갈리는 대기업 채용
같은 AI 시대라도 기업의 대응은 엇갈린다. 네이버는 지난해 신규 채용이 396명으로 전년(258명) 대비 53.5% 늘었지만, 카카오는 2023년 452명에서 2024년 314명, 지난해 292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 연도 | 네이버 신입 채용 | 카카오 신입 채용 |
|---|---|---|
| 2023 | 258명 (전년) | 452명 |
| 2024 | - | 314명 |
| 2025 | 396명 (+53.5%) | 292명 (2년 연속↓) |
게다가 두 회사 모두 올해 신입 공개채용 일정과 규모를 하반기가 다 되도록 확정하지 못한 채, 정기 공채 대신 직무별 수시 채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AI 인재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작 신입 공채라는 입구 자체가 좁아지고 불투명해진 셈이다.
'중고 신입' 선호, 왜 이렇게 심해질까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 6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중고 신입 선호 현상'이 올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33.5%에 달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완전한 신입은 교육 비용과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인턴이나 1~2년 경력을 갖춘 '중고 신입'은 업무 능력과 성실성을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어 인사 리스크가 적다. 웍스피어(구 잡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중견기업 신규채용 중 비정규직 비중도 2022년 48.5%에서 2025년 51.7%로 늘어, 기업들이 '일단 계약직으로 써보고 판단'하는 쪽으로 채용 방식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금 취준생은 무엇을 해야 할까
희소식도 있다. 같은 조사에서 AI 지출이 높은 기업일수록 오히려 엔트리 레벨 채용을 12% 늘렸다는 대조적 결과도 나왔다. 즉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를 뽑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하려는 기업은 늘고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취준생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명문대 졸업장이나 어학 점수 같은 과거식 스펙보다, "AI로 무엇을 해봤는가"가 새로운 기본 스펙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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